가난하거나 추하거나
충혈된 달 겉도는 검붉은 하늘 밑
하찮게 빛나는 수백 개의 다이아몬드
그 무게에 처진 주름살 낡은 거미줄 처마 밑
어스름이 드러누운 거리의 뺨 후려갈기는 조명
니르바나인 척 아편 같은 그 빛 아래
털 빠진 원숭이 머리통 같은 가방
창피하지 않아
현실 너머로 인도하는 긴 가격표
어떠한 추함도 면죄부로 정화하나니
이빨 빠진 해골바가지 핑크리본 대머리
간택을 기다리며 늘어선 손님
코 아래로 나른하게 내려 봐
때로는 날개까지 달고 천사인 줄 알아
해골이건 털 빠진 원숭이 머리통이건
변기 그려 유명해진 화가 따라 변기 모양 가방이건 뭐
니이들이 트레엔드를 아알아아?
원숭이 대가리 해골 변기 키들거린다
언제부터인지 그들은 신이 되었다
조명 오레올을 뒤집어쓰고 군림하는 신이 되었다
모여라 숭배자들아 내 발아래
욕망하여라 나를 혼신을 다하여
오늘도 트렌드 카타콤에서는 흥건한 축제가 출렁인다
숭배자들은
그렇다고 하니까 그렇게 보게 되었고
그렇게 보이니까 그렇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모두 그렇게 하니까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천 일만 일하면 될 거라던 팔딱이던 장담은 이제 대꾸가 없고
천 일만 지나면 될 거라던 임시직은 젊음이 떠난 자리에 흉터처럼 영구이식되었다
천 일에 천 일이 더 지나도
니르바나의 긴 가격표 끝에 도달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고 유순한 어린 양이 되었다 깨달음이 클수록 신에 대한 경외와 갈망도 커진다
오레올 몽환 속에 샴페인 향 꿈꾸며 신을 따른다
보보사싸 보싸보싸 보사노바 리듬을 타고 절벽으로 절벽으로
순한 양들 신을 위해 기꺼이 몸을 날린다
지폐처럼 가볍게 나풀나풀
조커의 찢어진 입처럼 커다랗게 열린 니르바나를 향해
양 하나 양 둘 양 셋 가볍게 봉실봉실
그 위로
카타콤 헤비메탈 축배 사운드 천둥 벼락 요란한 공기를 찢고
불꽃은 지폐의 영혼처럼 가볍게 나풀나풀
금 부스러기처럼 퍼지는 샴페인 거품 향도 봉실봉실
엄마 엄마 저거 좀 봐 너무 못생겼어
오레올 꺼진다
트렌드 카타콤 변기 위 춤추던 원숭이 해골 그림자 사라진다
쉬웠다
가난해도 추해지지 않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