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9월

친구 이야기 (엄마) : 마리의 자장가

 

마리의 자장가


오늘도 참 수고 많았어


껍데기 안에 몸을 동그랗게 구겨 넣고

따뜻한 숨결을 따라 오늘치의 상처를 핥아

 

성공한 사람들이 매일 지키는 7가지 습관을 다 지키지 못 했어도 괜찮아

1% 재력가들의 12가지 수칙을 다 이행하지 못 했어도 괜찮아

 

너는

오늘 하루치 세상에 충분한 의미였어

너에게도 비밀인 너의 임무를 충분히 완수했어

 

가르치는 사람만 너무 많아

믿지도 않으면서

동반하는 사람은 없어

각자 안에 갇혀서

 

마치 항상 뭔가를 잘못하는 것 같지

마치 항상 뭔가를 다 안 한 것 같지

언제나 더, 또 더 해야 할 것 같지

 

주눅들어 숨어있는

너를 데려 와

그리고

 

들어봐

마리의 자장가

너를 위한 노래

 

도시의 소음 위로 들키지 않고 떠오르는 소리

가벼운 속삭임처럼 네 귓가를 스치는 소리

 

자판 두드리는 소리 클릭 소리 자판기 물 떨어지는 소리 메세지 알림 소리 소리지르는 소리 빈 의자 돌아가는 소리 외투 자락 뜯기는 소리 동전 떨어지는 소리 가래 기침 소리

 

지나가다 되돌아와

네 어깨를 토닥이는 바람의 숨 소리

네 머리를 쓰다듬는 빗 소리

 

단단한 도시의 밤도 깨부수는

독선적 사이렌 소리

그 아래

여전히 평화로운 호흡

너를 위해 남겨진 숨결

 

들어봐

마리의 자장가

너를 초대하는 소리

 

길고양이 소리 윗집 아기 뛰는 소리 슬리퍼 끄는 소리 신호등 바뀌는 소리 쓰레기차 소리 창 틈에서 낄낄거리는 바람 소리 물 끓는 소리 모니터 가글 소리 이불 펴는 소리

 

네 덕택에 오늘치 세상도 완성되었어

네가 잃어버린 동전의 빈 자리가 세상의 균형을 맞춰

네가 지워버린 파일의 구멍이 지구의 과부화를 막아

 

너의 공백은

모두 기를 쓰고 가득 채운 까만 화폭 위에 별을 만들어

그렇게

그 캄캄한 공간은 하늘이 돼

 

너의 빈틈은

빈틈없는 세상에 역슬레시만한 틈새를 만들어

그렇게

이 세상은 아직 숨을 쉬어

 

오늘도 참 잘 살았어

들어봐

마리의 자장가

빈 자리로 스치는 노래

부족한 자락에 울리는 노래

너를 축복하는 소리



낭독으로 들어보세요

본 음성은 인공지능 성우 서비스 타입캐스트에서 제작되었습니다.
(인공지능 성우 재이 외 3명) https://typecast.ai

댓글 3개:

  1. 신기한 블로그다. 근데 뭔가 정말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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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감사합니다 ... 그냥 눈물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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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읽고 울컥하였어요! 치유 받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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