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하다 시를 쓰면 벌어지는 일
사심 없이 마알간 눈동자 꼬리 흔드는 개의 덜렁거리는 빨간 혓바닥
깜깜한 바다 위에 넘실거리는 색색깔 코드 사이에서 길 잃지 말라고
한 줄기 빛 들고
껌벅거리는 커서
왕따시킨다
아침 내내 간에서 설탕을 퍼낸 삽질의 주범인 양 흘겨보며 가차 없이 호기 있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빛의 출구 같았던 [ ] 꺾은 괄호 열자 드센 도시의 햇살이 아우성치며 달려든다
주춤
발바닥과 땅바닥 사이 어디쯤 자력이 생겼나 나가도 괜찮은 걸까 저기는 안전지대인가
검은 멍이 든 시야 안에 언제 따라왔는지
커서가 껌벅거린다
스타스타카페 메뉴 소환해
햄버거집 메뉴 소환해
동네 중국집 메뉴 소환해
카드 잔고 소환해
점심 메뉴 = 빈 리스트
담을 수 있는 것은? 먹고 싶은 것
>> 팁! 조건에 맞아야지
조건은? 당연 잔고 한계
>> 당신이 오늘 쓸 수 있는 점심값은 {카드 잔고} 원입니다
>> 에러! 월급날까지 남은 날은 점심 안 먹냐 ?
>> 당신이 오늘 쓸 수 있는 점심값은 {{카드 잔고} 나누기 {월급날까지 남은 일수}} 원입니다
중국집은 가깝고 햄버거집은 멀다 짜장면 5500 불고기버거 2000, 칼로리는 비슷
가까운 거와 싼 거 사이 어디쯤
또 주춤
손목을 붙잡는 안 감은 머리카락 같은 짜장면과
소매를 붙잡는 세서미 스트리트 어니 같은 버거 빵 사이 어디쯤
>> 팁 ! 원하는 아웃풋이 뭐야?
내가 원하는 거 ? 뭘까
스타스타카페 // 아마도
>>에러 ! 거긴 밥 없잖아
그러게
점심식사는 그저 거기에 가기 위한 절차 // 어쩌면
// 왜인지 묻지 않는다 다행
스타스타카페 로고
니가 여기 들어올 수 있어? 팔짱 끼고 성전 위에서 내려다보는 퀸
거부를 가장한 유혹
꼭 들어가야만 할 것 같은 강박증을 만들려는 트릭
그 밀당을 안들
그냥 복종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나
정해진 프로토콜을 따라야 뒤탈이 없지
거부하는 척하던 무거운 ( ) 괄호
다가가니 혼자 열린다
코에 파고드는 씁쓰름한 여운
범속을 초월한 공간의 징표처럼 공기 허위적거리며 돌아다닌다
색색깔 성적표를 십 년도 넘게 줄 세워 도착한 직장부터
야간 학원 영수증을 더 포개 깔아 도착한 최종 목적지 // 아마도
나의 데이터 타입 정의에 필수 요소 = 여기 이...
다림질 서슬 퍼런 단색 셔츠
턱수염까지 비치는 구두 까딱거리는 배경 // 어쩌면
부러움이란 단어가 필요 없어 보이는 이...
셔츠 구두 배경 깔고 앉은 나 // 인증 샷 !
마침내 충전기에 연결된 빠떼리처럼 안도감
점심시간의 절댓값 = 여기 이 … // 아마도... 어쩌면...
스타스타카페 (나) = 스타 // 여기서는 나도 스타?
>> 치명 에러! 스타스타카페는 데이터 타입 변경 함수가 아님 // 급성 현타 조심
색색깔 글자가 넘실대는 깜깜한 보드 // 뭔가 낯익은 느낌
아침 내내 부수다 쌓아 놓은 코드보다도 더 긴 리스트
껌벅거리는 안내자가 없어
잠시 주춤
블랙앤화이트와플칩플라푸치노 6.8
아이스스트로베리체리블러썸라떼 6.0
더블블루베리크림치즈베이글 6.2
마스차포네클라우드치즈티라미수케잌 6.5
기분 나쁜 농담이 돼버린 100원 동전
존재 자체가 민폐가 된 10원 동전 // 숨어라 얼른 내 주머니 속
블랙앤화이트와플칩플라푸치노더블샷톨 1개 더블블루베리크림치즈베이글 1개
>> 에러! 디저트가 밥값의 두 배도 더 됨, 추론 논리 필요
>> 버그! 오늘 점심값 한계 초과
f(쿠폰) // 사이즈 업그레이드 함수 적용
>> 버그! 그래도 오늘 점심값 한계 초과
f’(특별이벤트 할인) // 5% 할인 함수도 적용
>> 버그! 여전히 오늘 점심값 한계 초과
f’’(스타스타카페적립별) //무료 음료권 함수 몽땅 적용
뜨거운아이스스트로베리체리블러썸라떼디카페인톨 1개
>> 에러! 혼잔데 이 두 번짼 뭐임? 추론 데이터 부족
엑셥션! 닥치고! 팀장님 커피 // 추론 데이터 나도 몰라
안 그러면
처음으로 되돌아가 // 다시 뺑뺑이
>> 버그! 버그! 잔고 부족, 분수를 알아라, 논리 모순
"아무개님 주문 나왔습니다."
아... 깜짝야
느닷없이 눈으로 훅 들어오는 인간 음성 뒤집어쓴 내 이름
옛날 영화에서나 봤음직 한
들킨 것처럼 어색해진다
당겨진 고무줄보다도 더 빨리 내 자리로 돌아온다
커서가 사라졌다
컵을 째려본다
끝이 휜 포크 손톱 깨문다
커서야
어서 껌벅거려라

이 뭐... 왜 내 얘기 같지... 갈 수록 사람들보다 컴이 더 편하다능...
답글삭제신기하군요… 근데 공감은 충분히 가요.. 특히 동전의 말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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