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8월

친구이야기 (某팀장) : 아픔의 자격

 

아픔의 자격

 


파도 위에 발로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거품 방울 하나에 의지한다

등에는 시린 바람이 익숙하다

파도는 별로 높지 않지만

아래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시퍼런 물결

그들은 내가 하늘을 날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품 방울도 시린 바람도 보지 않는다

 

서슬 퍼런 물결이 철없이 솟구치면

저 멀리 나동그라지는 것밖에 것이 없다

그래도 파도와 거품은 다시 일고

아무 일도 없었고 아무 상처도 없다 

 

명문대 합격자 명단 앞에서도 얼룩질 수밖에 없었던 대자보는 셀룰러에 감금하고

예쁘다는 말은 가장 두려운 단어가 되어 망각 더미 속에 구겨 넣고

사람들에게 영감받은 유머는 새어나가지 못하게 꾸역꾸역 삼킨다

 

아플 자격을 박탈당한 자는

버려진 둥지를 닮아가며 의사의 절망을 무시한다

세포를 녹이는 금기어를 들키지 않고 뱉기 위해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는 법을 배운다

꽃봉오리 모양의 거대한 늙은 나무가 고개를 끄덕인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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